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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io/2015

나름 괜찮은 삶

by 산차. 2015. 7. 25.

나 누울 공간 뿐이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편히 잠들 수 있는 내 방이 있다. 정리는 못하지만 나름의 화장대가 있고 그 앞에서 변신하는 재미가 있다.

마루엔 빛도 잘 안들고 짐도 엉망이지만 언제든 칠 수 있는 피아노가 있다. 그 피아노 앞엔 내가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를 잔뜩 붙여놓은 코르크판이 있다.

밥은 안해먹지만 소소하게 맛집을 찾아다니며 식도락을 즐긴다. 돈은 없지만 사고 싶은 그릇이 있고 냄비가 있다.

집은 지저분하지만 언젠가 이사를 가고 내 집을 예쁘게 꾸미리라는 로망이 있다.

술은 약하지만 한 잔 하자며 부르는 친구들이 있다. 같이 마시고 떠들며 미친척 할 수있다.

술이 없어도 충분히 미친 척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직장은 없지만 여유는 있다. 아침에 눈뜨면 당장 출근준비하러 욕실로 가지 않아도 된다. 뒹굴거리며 밤새 온 카톡을 복습하고 무얼먹을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당장 내일 출근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 밤에 아무리 늦게까지 놀아도 내일 알람을 맞추며 몇시간 잘 수 있는지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목소리를 못 냈지만 소신은 있다

설거지는 쌓여있지만 냉장고에 있는 자두와 복숭아를 잘라 요거트와 같이 먹으며 상쾌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서로 행복할거란 믿음이 있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그 시간을 함께 반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학 복전은 포기했지만 존경하는 이주희 교수님 수업은 끝까지 들었다.

대충 살았지만 돌이키면 나름 이것저것 해온 것들이 있어 뿌듯하다.

그래 뭐 이 정도면 괜찮게 살고있는거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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