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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io/2015

160723 비온다

by 산차. 2015. 7. 23.

비가 온다. 열어 놓은 창문 밖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차 지붕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는 듣기 좋다. 도닥도닥.

치매가 오는 것 같다. 특정 단어나 사람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간단한 산수를 계산기로 대체하는 일이 많아졌다. 조금만 생각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자꾸만 뒤로 미루려 한다. 심지어 노래를 틀어놓으면 깊은 생각이 안된다. 멀티태스킹이 어렵다. 지금도 팟캐스트를 듣고있지만 집중이 잘 안된다. 어쩌나 스물넷인데 벌써 치매라니.

계절이 끝났다. 아 못난 치매 때문에 팟캐스트가 소음이 되어버렸다. 팟캐스트를 당장끈다. 비가 오니 재즈를 듣기로한다.

좋다 계절이 끝났다. 고작 하루밤 샌걸로 나의 낮밤은 뒤바뀌었다. 그치만 나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은 수영배우기 책읽기. 해야하는 일은 토익,토스, 오픽, 안경새로 맞추기, 렌즈도 맞추기, 그리고 현주이모 종 주문, 피부과 가기 등.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회사에 있을 땐 그렇게 잉여이던 시절이 그리웠는데, 막상 잉여로워지니 그리 좋지 않다. 그냥 현재에 충실하고 감사히 즐기면 될지어다. 아드리아나가 생각났다. 과거든 미래든 결국엔 현재가 golden age라고! 한살 한살 먹으면서 미래에 환상을 갖는 일이 줄었지만 여전히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내게 설렘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치만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지금이 좋아야 미래도 좋다. 과거 추억을 곱씹으며, 미래에 환상을 그리며 현실을 위로할 순 있어도 그 균형을 잘 맞춰야한다. 지금 그 균형이 필요하다. 싱가폴에서 반년과 인턴 반년 동안은 현재에 충실했던 1년이었다. 그리고 계절이 끝난 지금, 물위에 둥둥 떠있어 아무 갈피도 못잡고 있는 바로 지금이야 말로 제일 현재에 집중해야 할 때다.



어쨌든 설레는 주간이다. 날이 조금 덥지만 더위를 잘 안타는 체질이라 찌는듯한 더위도 괜찮다. 오히려 실내 에어컨이 추울 뿐이다. 일본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 그렇지만 도서관까지 가기는 귀찮다. 당분간은 집에서 질릴때까지 잉여로움을 즐기기로 한다. 환상은 지금 현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몽주스에 탄산수를 타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건 좋은 일이다. 일상을 사랑하자.

낙타가 지어준 별명이 맘에 든다. 싼차-싼토끼-싼토. santoki. 영어를 잘하고 싶다.

그래서 저녁엔 자두를 좀 사와야겠다. 요거트도 만들었고, 자몽에이드도 실컷 먹었으니 이제 자두를 먹고싶다. 괜찮은 여름을 보내고나면 더 괜찮은 가을이 와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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