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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io/2021

싱가포르에서 응급실 가기. 부제 - 백신 맞고 심장이 두근 거릴 때

by 산차. 2021. 7. 11.

언제부터였을까, 초조하거나 긴장되면 심장이 마구 뛰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되지 않거나, 압박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그랬다. 싱가포르에 와서 직장 생활을 하고 1-2년 부터 더 심해졌다.

싱가포르에 온 이후에 나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 나는 매주 매니지먼트 미팅에 가서 몇 안되는 발표를 하기 까지 꽤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생각해보면 준비해서 달달 외워가면 되었던 것을 어찌나 그렇게 덜덜 떨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평온하고 즐겁게 다녔던 첫 회사와는 다르게 이 곳은 전쟁터 같았다. 매일 무언가 쏟아지고, 이겨내고, 또 문제가 생기면 firefighter 가 되어 불을 끄러 다녔다. 그렇게 1년 정도 일하고 심장이 뛰는 증상이 생겼다. 내가 해야하는 일을 독촉받는 경우가 늘었고, 혹시라도 그걸 놓칠 때에는 심장이 철렁하곤 아주 빨리 뛰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뭐라고 그렇게 힘을 쏟았는지 내가 다 불쌍하다. 유독 내가 힘들게 일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얼마전 나는 백신을 맞았다. 화이자를 맞고서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했다. 그러던 중 mRNA 백신을 맞은 젊은 세대에서 심장 염증 관련된 증상이 발견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그렇게 하루종일 유투브에서 관련된 영상만보다가 4일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병원에 갔다. 금요일에 병가를 내고 NUH에 갔다. 따로 잡은 약속이 없어 응급실에 갔다. 이런저런 검사를 했는데 아무 문제도 없다더라. 그래 다시 또 심리적인 문제였구나 싶다가도, 이참에 제대로 검사를 받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어쨌든 결론은, 첫째 일이 많거나 힘들면 무조건 이야기해야한다. 두번째 나에게 관대해져야 한다. 나는 잘하고 있고, 아니 그리고 만약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꼭 잘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뭐라고 나에 대한 기준이 그렇게 높나. 그것 또한 교만이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꼭 이렇게 한 번 바닥을 찍어야 나를 돌아보는 건가. 평소에도 나를 잘 챙겨줘야지. 나를 인지하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알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도 중요하니까 일단 이직에 힘쓰고 한국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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