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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io/2016

12월 하이루

by 산차. 2016. 12. 7.

안녕 12월. 너는 벌써 7일이 되었구나. 초일일줄 알았는데 벌써 7일이 되었구나.

그동안 내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반기에 썼던 네 회사의 자기소개서는 내게 때때로 희망과 압박과 다시 희망을 주었다. 그래서 그 헛된 희망 속 에서 나는 잠시 행복했고, 잠시 나의 중기적 미래를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사실상 모든 것이 끝났다. 마지막 날 송도에서 돌아오던 그 지하철에서 외국으로 나가자는 생각을 다시금 강렬히 느꼈다. 송도가 인천공항과 가까워서 그럴 수도, 혹은 모든 것이 지겨워져서, 혹은 내가 꿈꾸었던 중기 플랜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는 걸 무력하게 받아드려서, 공항철도의 싱가포르와 비슷한 안내방송을 들어서 그랬던지 아무튼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나는 그 날 아주 강렬하게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런 생각과 알아보는 과정들은 올 하반기에 반복적으로 하던 것이여서 사실 피로감을 주기도, 그리고 큰 기대가 없기도 하다. 나란 인간은 처음에 팟 튀었다가 냄비처럼 식는 경향이 있어서 스스로에게 조언하건대 실천하는 습관을 지금보단 조금씩 더 들여야 할 것이다, 니 인생을 위해서. 

실천의 일환으로 나는 아르바이트 이력서를 냈다. 턱없이 부족한 벌이가 되겠지만, 매우 간절히 바란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 하길. 여전히 귀찮지만, 그리고 부족하지만 아침(열시 모닝콜 역할의) 전화영어를 하며, 스케이트를 배우고 중도에서 영화를 본다. 지난 몇 달은 매일 같이 서브웨이를 먹었지만 이제 매일 서브웨이 세트를 먹을만큼의 경제적 여유도 없다. 여전히 종종 화장품을 사모으고, 먹고 싶은 거엔 생각없이 지출하고 옷을 턱턱 사는 명목적 긴축재정이지만, 앞으론 좀 더 실질적인 재정운영을 할 것이다. 해야한다. 한도초과라는 말은 그만 듣고 싶다. 나는 아마 지금 내가 생각한대로 살게 된다면 행복하고 신기하고 재미있겠지만, 생각을 줄여야겠다. 생각처럼 되지도 않고, 생각은 힘이 없다. 그리고 비교적 현실에 많은 포커스를 두고 있는 지금이 난 더 즐겁다. 

주말엔 춤을 추고 담배냄새에 찌들고. 나는 한 때 그것이 더 이상 내게 효용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저러나 벌써 12월이 되었다. 행복하게 살자. 김복주와 도깨비를 보며. 그리고 약간의 유튜브를 보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리고 스케이트를 타며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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