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우선 글을 쓰기 전에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확인하는 것과 휴대폰 앨범을 보는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 쓴 이야기를 보면 한 달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생활의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무엇으로 고민하였는지, 내 기분은 어땠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디까지 기록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달도 안 된 과거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오롯이 기억하지 못합니다. 짧은 시간 속에서 나는 꾸준히 변하고 있습니다.
보덤은 더더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팀의 분열은? 분열이랄 것은 없습니다. 두 어른이 서로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 처음 그 때 만큼의 tension은 느끼지 못합니다. 긴장이란 것은 늘 그렇듯 불편하지만 자극적입니다. 아쉽군요.
가끔 단어를 영어로 쓸 때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 블로그에서도 자주 언급했던 것입니다. 적절한 한국어 단어가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잘합니까? 그것은 절대 아닙니다. 2,3형식 문장으로 딱딱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복장이 터집니다. 머릿속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요. 문장을 작성할 때엔 줄곧 단어들이 나오는데 말로 하면 왜 나는 바보가 됩니까. 그 와중에 왜 한국말을 하는데 영어 단어가 생각이 납니까? 언어를 담당하는 뇌는 지금 무슨 난리가 난 것 입니까?
내가 아는 두 장원이가 있습니다. 한 명은 친구고 다른 한 명도 친구입니다. 원래 친구 이름을 실명으로 잘 쓰지 않습니다. 지인들이 방문하지 않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습니다. 나는 조심할 필요가 없습니까? 그렇지만 세상은 무서우니까 일단 내 맘대로 조심하겠습니다. 이름이 흔하지 않은 장원이를 두 명이나 친구로 두어 영광입니다. 나는 장원 콜렉터 입니까? 하지만 걔네는 콜렉트의 대상은 아니고 걔네대로 잘 지내니 콜렉터라는 말은 부적절합니다. 나는 장원이를 좋아하지 못합니다. 무엇이 비극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둘 다 비극일까요.
이 말투는 무슨 말투입니까? 오늘 아침까지 읽던 책은 했다체인데요. 그렇다고 울프 번역체도 아닌 것이 인터넷 체입니까? 분명 나는 말투고 억양이고 흡수를 잘 하는데 난 누구의 것을 흡수한 것입니까. 인간실격인가요. 그렇다기엔 너무 예전에 읽은 책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난 그렇게 침울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럼에도 아침은 상쾌하였습니다. 지각을 하여도 상쾌하였습니다. 지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만. 만성 지각러가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우리층 막내 사원입니다. 용과장님의 유사원 경고 카톡개는 진정 저를 향한 메시지였을 겁니다.
지난 글에 대한 리뷰가 끝났습니다. 이제 앨범을 뒤적이겠습니다. 나는 종종 종로를 방문하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국 부근입니다. 안국에 가면 마음이 편합니다. 분명 지역마다 다른 기운을 내게 주는 것이 분명합니다. 안국에 회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좋거나 나빴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강남보단 좋았을 것입니다. 안국은 좋은 곳입니다. 나는 그 곳에서 마음의 평온함과 행복을 얻습니다. 하필 또 날이 항상 좋습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는 까대기를 하였습니다. 날이 좋았습니다. 가을이었습니다. 산 아래 가을은 겨울이었습니다. 두 종류의 추위가 있습니다. 민트 같이 기분 좋은 추위와 을씨년스럽게 기분 나쁜 추위입니다. 그 날은 민트 같았습니다. 검수 까대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인턴에게 누누히 말하지만 몸 쓰는 일이 더 좋습니다. 물론 머리 (혹은 손가락) 쓰는 일 중에 하는 몸 쓰는 일의 가치를 말한 것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희소성이란.
헥터가 왔습니다. 헥터는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제 풀에 지가 꺾이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말하는데 살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인과가 반대인가요. 거구라서 끊임없이 에너지가 공급되는 것입니까. 그렇게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돌아다니고 이야기하고 돌아다니고 나는 힘이 들었습니다. 아 체쓰의 삶이란. 운동을 열심히 가겠습니다. 나는 운동을 열심히 가려고 합니다. 다만 회사가 가끔 놓아주지 않을 뿐입니다.
회식을 하였습니다. 그녀의 집에서 하였습니다. 나는 예상했듯 준비팀입니다. 코스트코에서 그렇게 무거운 카트를 끌어본 적은 처음입니다. 그리고 현금이 빨려 올라가는 파이프를 보았습니다. 그 날은 추웠습니다. 아 부사장님.. 이제 호수 바베큐하긴 넘넘 추워효... 안에서 불러주세효.. 덕분에 나는 그릴 자국을 잘 낼 수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집을 좋아합니다. 그녀의 모든 것은 내게 영감이 됩니다. 메일도 그렇습니다. 그녀의 소통은 아주 직선적입니다. 그렇다고 무례하지 않습니다. 짧은 문장과 clear한 전달, 얼마나 내가 바라는 것입니까. 또한 저 자세를 보십시오. 명확합니다. 그녀에겐 분명 배울 것이 많습니다.
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단풍이 아름다웠습니다.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엔 유럽에 가고 싶습니다. 돈은 어디서 납니까? 동유럽 여행은 어쩌다 혼자여행->자매여행->사촌여행이 되었습니다.
커피를 더 잘 알고 싶습니다. 차도 더 잘 알고 싶습니다. 끈질기게 파고 들겠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거나, 카톡 세번째창을 보거나, 인스타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으로 최저가를 찾거나 여러 쓸모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고 내 집중력을 소비하는데 왜 나는 정작 필요한 곳에선 그러지 못합니까.
이렇게나 길게 내 근황을 남긴 것은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 덕분입니다. 하지만 나는 일을 좋아합니다. 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보덤일이 좋습니다. 이것도 언젠가 싫증 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선 지금은 의미보단 재미로 잘 살아보겠습니다. 의미는 말초적인 재미가 끝나면 그 때 찾아도 늦지 않습니다. 그 때 고군분투할 나에게 미리 위안과 응원을 보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근황을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