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블랙번즈에서 아몬드브리즈 라떼를 마셨다. 썼다. 그래서 다음엔 반샷으로 마셔야지 생각했다. 왜냐면 나는 카페인에 약하니까. 그래서 어제는(눈 떠서 먹는 첫 끼가 아침이고, 자고 일어난 이후가 오늘이다) 과제를 하다가 오전 다섯시 반에 누웠고, 아마 뒤척이다 잠은 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여섯시 반 경에 들었다. 그래도 용케 평소 기상시간인 11시 반에 일어났다. 알람은 늘 10시인디.
지금은 그래서 졸리다. 원래는 학교에 가거나 카페에 가려고 했으나 격일로 밖에 나가는 습관이 들어서 오늘은 집에 있기로 했다. 그치만 다음주부터는 꼬박꼬박 나가야지. 너무 졸려서 동방신기 앨범을 듣는다. 셔플해서 04-05년 노래가 나온다. 첫 곡이 oh holy night이었다. 시아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시아준수의 얼굴과 노래 부를 때의 표정이 생각났다. 그래서 잠시 따뜻했다. 하지만 지금 김준수는 내가 좋아했던 그때 그 이와는 다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고정된 나는 없고, 뭐라더라 나를 이루는 지금의 원자는 과거의 나에게 없었단다. 마찬가지로 그 때의 나를 이루던 원자도 지금 내겐 없다. 고정된 실체는 없고, 지금 여기 우리 세단어면 돼요(나는 오직 지금, 여기만을 살 수 있고 우리와의 관계 속에서의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과정이라고_메모를 해놓았는데 출처가 없네). 그러니까 그 때의 시아준수는 지금 김준수와는 다른 사람이고, 그 때의 시아준수를 좋아하던 나도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나인가보다. 그렇지만 그 때의 기억과 감정과 상황은 남아있어서 향수를 콕콕 자극한다.
찬양했던 애플뮤직엔 없는 한국 노래가 많고, 예를 들면 우주소녀라든가, 우주소녀라든가, 아니면 옛날노래 그러니까 김조한이라던가, 김건모라던가, 씨제이 멜론 다 안 나와서 제한이 많다. 물론 클래식음악은 많아서 좋다. 그래서 애플 뮤직을 해지할까 생각하다가도 랩탑에서 편하게 쓰기엔 또 이만한게 없어서 해지 여부 고민은 잠시 보류하기로 한다.
어제는 늘 그렇듯 서브웨이를 먹었다. 같은 빵 같은 토핑 같은 소스 같은 채소를 먹었지만, 다음엔 꼭 아보카토도 넣고 토핑도 달리 할 것입니다. 소시민은 이깟 샌드위치에서도 이것 저것 도전해보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하는가. 하지만 랜치 핫칠리 스위트 어니언은 어디에 넣어도 맛있습니다. 그리고 이대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이깟이 아닙니다. 이!!!!~~~깟,
블랙번즈는 시위가 한창일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지원해준 일화로 익히 들었던 곳이다. 그 날의 도움 이후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다. 벗들 은혜 갚는 제비 같으니라구..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것이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위치도 디톡시 옆, 서브웨이 앞 인지라 오늘이 날이구나 싶었다.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셨다. 과잉 친절에 그는 아마 피곤할지도 모른다. 그의 친절 전략에 아마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의 천성이라면 그럼 할 말은 없다. 백화점 인턴을 통해 느낀 게 본인을 한 없이 낮추다보면 어느샌가 그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아마 나는 노예가 되길 바라나보다. 그게 편한 삶이란걸 아는 건지 아니면 그렇게라도 상처와 비참함을 만들어 인생의 굴곡을 키우려는 건지.
나는 요즘 문장을 온전히 완성하는 것이 어렵고, 우려가 될 만큼 사람의 이름을 기억 못 하고, 그리고 문맥상 적절한 어휘 사용이 어렵다. 생각해보니까 영어단어는 잘 생각이 나는데, 설마 내 뇌에선 언어능력에 할당된 쿼터가 작아서 영어가 한국어를 밀어내고 있는 건가?? 세상 끔찍한 가정이다. 혹여나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니야 백수생활이 길어져서 그런걸거야. 머리를 안써서 그러는 걸거야. 사람들을 덜 만나서 그런 걸거야. 말을 덜해서 그런 걸거야.'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볼 살이 많고 얼굴이 둥글면 관상학적으로 사람이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라더니. 그것도 한 때 였던 듯 싶다. 아무튼 머리를 좀 쓰려면 어서 취업을 해야겠구나 다시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 간다고 머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취업은 여전히 알아보고 그 속도는 느리지만 그렇지만 나는 지금 한국의 가을이 좋고, 화장 하는 게 좋고, 자기 전에 책 읽는 것도 좋고, 학교 가는 것도 좋고, 라떼를 마시는 것도 좋고, 평생 내 인맥의 8할을 지금 다 만나고 있는 것이 좋아서 잠시만 백수생활을 더 즐기기로 했다.
라떼를 들고 학교에 갔다. 기분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고, 인스타에도 올렸다. 비공개를 잠시 공개로 돌린다는 게 그동안 받지 않았던 사람들의 팔로우를 모두 받아준 것이 되었다. 하루면 카페 홍보에 충분했을테니 밤엔 다시 비공개로 돌려야겠다. 학교엔 놀랍게도 사람(중국인과 재학생)이 별로 없었다. 본관에서 과제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청치마가 불편해 이씨씨 열람실로 갔다. 꽉꽉 사람이 많았다. 갠트리 바로 앞 노트북 석이 좋다. 따뜻한 불빛과 안정감은 좋은데 건조함과 답답함의 밀도 높은 그 공기는 싫다.
자리를 잡고 13기와 카톡을 하다가 예란이가 불러서 잠깐 나갔다. 나가는 중에 진선이를 봤다. 반가웠다. 밥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10말까지 시험기간이란다. 예란이를 만나 아몬드 라떼를 사줬다. 그녀는 회사를 그만둘거라 하였다. 회사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턴들이 속았다고 하였다. 속을 것이 더 있나 본점이 제일 고생한 거 아니었어?? 난 연속으로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그녀를 보내주었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보기로 했다. 돌아와서 과제는 1도 못 하고 이종은을 만나러 갔다. 이종은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볼 때 마다 그대로다. 그녀는 졸작을 준비한다 하였다. 그래서 바쁘다 하였다. 신촌까지 친히 오셔서 같이 맛있는 걸 먹으려 했으나 그녀가 맥주맥주 노래를 불러서 맥주를 마시러갔다. 그냥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 들어갔다. 신촌할리비어 아르바이트 분들은 정말 친절하시다. 스쳐지나가는 '어우 춥다' 한 마디에 담요를 가져다 주셨다. 서비스감동이에요 자소서에 쓰셔도 되겠어요. 그런데 나는 심장 대잔치 만들어 놓은 라떼 덕분에 입맛이 없었다.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8할이 국제고)를 마치고 신촌을 돌아다니다가 노래방에 갔다. 그녀는 의외로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고보면 내가 세상 저음이다. 그리고 우리는 쥬씨에서 초코바나나를 사 들고 잠깐 걷다가 다시 돌아갔다. 그녀를 신촌역에 데려다주고 버스를 타러갔다. 추웠다. 나올 때 기모후드를 챙길 걸 그랬다. 이어폰을 안 들고 장거리 통학 버스를 탄 아이처럼 불만족스럽고 아쉬웠다.
몇 시간 못 잔 나는 그래서 참 아이러니하게도 어제는 그렇게도 라떼를 마신 나를 후드려패고 싶었으나, 이제는 다시 졸음에 정신을 못차려 라떼가 마시고 싶다. 아몬드브리즈 라뗴 반샷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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